Page 48 - 건축구조 Vol. 29 / No.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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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칼럼 | 0 2
선과 면이 만들어 놓은 천연예술품을 본다. 거대한 바위산처럼 길
게 펼쳐진 기암절벽에 있는 선명한 절리 공간이 위압감 속에서 신비
감으로 눈길을 끈다. 갈매기 떼가 바위 위에서 재롱을 떨며 재잘거리
다 파도의 회초리에 투덜거리며 바다 위를 날아오른다.
주상절리는 틈이 만든 자연의 걸작이다. 틈은 존재의 여유이며 경
계의 사이 공간. 깊은 해안에 땅이 만든 틈이고 바다가 그은 금이며
하늘이 도운 공간이다.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 풍화가 이뤄지고 파도
가 스며든 침식이 수십 만 년의 흔적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제주도 갯깍(바다 끄트머리) 주상절리는 수십 만 년 전 바다 밑 땅
속의 변고가 땅 밖으로 분출되어 해안의 경관을 절벽에 새겨 놓았다.
촘촘히 서 있는 다각형의 거대한 돌기둥들은 용궁의 성벽인 듯 굳게
회원 칼럼 닫혀져 태고의 신비를 침묵으로 지켜내고 있다. 땅속의 뜨거움이 땅
0 2 위의 차가움에 열을 빼앗겨 오그라들면서 끊어지거나 어긋남이 없이
금만 생겼다. 떨어져 나누어지지 않고 한 몸으로 끈질기게 우애를 다
지고 있는 바위의 조화調和이다.
주상절리는 바닷물이 씻어 형태가 드러났고 하늘의 빛으로 밝게
빛났으며 지혜로운 사람의 손길로 자연의 작품으로 탄생 되었다. 희
미했던 선線과 선線이 이어져 다각형의 면을 이뤘고 근접하기 힘든 바
닷가에 하나하나의 형체가 묶여 웅장한 바위집이 만들어졌다. 인위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불과 물의 비밀을 자연의 색깔로만 연출한 신비
주상절리 의 공간을 사람은 눈과 손으로 찾아냈다.
섬이 아닌 육지의 끝단에서도 주상절리를 보았다. 경주 양남 주상
절리는 바닷가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돌기둥들이 부챗살 모양의 거대
柱狀節理 한 돌꽃을 피워 놓은 바다 위의 꽃밭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자연이 만들어낸 천혜의 조각품이다. 흩어져있는 돌꽃 사이
를 파도는 밤낮없이 드나들며 깊은 물 속에 간직된 오랜 바다 이야기
를 들려주는 듯 철썩거린다. 하얀 물 위에 검게 피어난 돌꽃은 먼 옛
날 바위 속의 비밀을 숨기려는 듯 물속에 꽃대를 감추고 수줍게 꽃잎
을 내밀곤 한다.
| 임 영 도 |
㈜아림구조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46 건 축 구 조 2022 _ 05 _ 06 제29권 / 제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