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건축구조 Vol. 29 / No.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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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柱狀節理






             주상절리를 품은 ‘파도소리 길’을 걷는 두 발의 걸음 속에 심장과 머리도               수많은 금을 그으며 살아왔다. 건축대학에서 선線의 미학을 배웠고 건설
            힘들어한다. 거친 파도의 하얀 물꽃이 주상절리의 검은 돌꽃 위를 덮었다               회사에서 집을 설계했다. 집은 삶의 공간을 배려하는 선의 이음으로 만들
            풀었다 하며 한낮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길섶에 핀 야생화는 바람결               어진다. 공간 속에 생활의 동선을 이어주고 끊어줌으로써 편리한 방이 완
            에 향기를 실어 화답을 한다.                                      성된다. 선 긋기는 분절된 기둥과 가로막힌 문으로 선의 흐름을 끊고 공간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의 해안 길을 걷다 보면 바다와 땅이 하나임을 느              의 단층을 만들기도 한다. 선과 면, 공간의 미학이 삶의 방향을 이끌어 주
            낄 수 있다. 지구는 땅과 물의 세계다. 두 개의 세상은 각각 다른 생명이             었던 셈이다.
            지배하는 영역이다. 사람은 땅의 주인임을 자처하고 물고기는 물의 임자처                 눈에 보이는 외형의 선이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도 금이 존재했다.
            럼 활개 친다. 주상절리는 땅과 물이 한 몸임을 일러준다. 바위에 새겨진              주상절리처럼 바위 속 용암의 들끓음이 표면에 그은 금과 같이 외부의 언
            태고의 비밀을 들여다보면 바다의 저 밑바닥에도 땅이 있었고 땅속에는 물               짢음으로 생긴 감정선이 앙금으로 남아 잠재된 단층을 만들기도 했다. 빌
            이 흘렀다. 바다가 땅으로 솟아오르고 땅은 물로 가득 채워져 세월의 침식              려 간 돈을 갚지 않은 친구가 불신의 진한 감정선을 긋고 연락조차 끊어버
            을 묵묵히 견뎌냈다.                                           렸다. 선이 마음속에 꽉 막힌 면의 담장을 쌓아 우정의 공간이 허물어졌
             땅 위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미생물까지 함께 섞여 살아간다. 누구               다. 지워버려야 할 마음의 틈이 되었다.
            나 공평하게 자신의 공간 영역을 침해당하지 말아야 평화롭다. 인간은 땅                 자연은 계절마다 환절기란 틈이 있어 생명체가 일상을 조율하며 살아가
            뿐만 아니라 바다도 심지어 하늘까지 넘보며 영역의 욕심을 부려왔다. 바               게 해준다. 시간의 절리는 자연의 섭리, 하늘의 포용, 사람의 지혜를 조화
            다의 세계를 양보하고 하늘의 세상도 존중하는 땅의 아량이 지구를 지키                시켜 지구에 상생의 자리를 잡아준다. 주상절리는 태고의 자연이 실눈을
            는 인간의 양심일 테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도 사람들이 땅의 과               뜨고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바위집의 문틈이 아닐까. 그 집의 주인은 바
            잉 점령과 이기적 탐욕으로 독재적인 주인행세를 했던 것에 대한 다른 종               다와 육지이다.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기둥 속의 비밀이 궁금한 듯 머리를
            의 반발이 아닐까 싶다. 영역 싸움이라기보다는 공생과 상호인정의 요구일               갸웃대며 열심히 문틈을 들여다본다.
            듯도 하다.
             선은 점이 이동한 자취이다. 점은 위치가 있고 크기는 무의미하다. 점이
            시작과 끝의 정지된 무한의 순간이라면 선은 시작과 끝을 잇는 유한의 움
            직임이라 할 수 있다. 움직임 속에서 형체가 드러나고 진화의 싹이 튼다.
            선의 울타리로 만들어진 면은 바다의 물속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넓
            이의 터에 그 싹을 키워나간다.
             사람의 삶은 시간의 선線과 사유思惟의 면面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 일
            상을 담고 비우는 그릇 만들기와 같다. 인생은 중간중간에 연륜의 시간 절
            리가 있어 여유를 가지고 속도를 조절하며 무난하게 경계를 넘어간다. 유
            소년의 철부지 모험심, 청년의 혈기왕성, 중장년의 중후함, 노년의 느림과
            여유는 삶의 곡면들이다. 끊어짐 없는 시간의 선위를 달리며 성숙의 공간
            을 거치면서 생의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필자는 건축구조기술사, 공학박사, 건축사이며 수필작가로 활동 중임.





            저자 소개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평생교육원 [산문창작] 이수, 연세대 미래교육원
            [수필창작] 이수. [선수필] 등단 (2017년) 〈목우수필 문학회〉 동인문학상
            (2018년) 〈선수필 작가회〉 동인문학상 (2020년) 〈노계 문학 전국 백일장>
            입선 (2021년) [선수필] 문학상 (2021년)하였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지붕과 서까래』, 『마음의 빈집』이 있고, 포토에세이집
            『수필 소풍』이 있다.
            공학박사, 건축사, 구조기술사,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근무, 청주대,              [저] 수필 소풍         [저] 지붕과 서까래          [저] 마음의 빈집
            경동대 건축공학 외래교수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선수필 작가회 회장·                   나무향                 나무향                 나무향
            ㈜아림구조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지      Journal of  The Korea  Structural  Engineers Association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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