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건축구조 Vol. 29 / No. 04
P. 65
구조계획, 구조계산, 그리고 VE에 대하여
현대 건축물은 공업제품이다.
예술작품은 오래될수록 그 나름의 가치가 더해지지만 컴퓨터나 자
동차 같은 공산품은 누구나 최신형을 좋아한다.
건축물은 어느 쪽일까? 무소불위의 재력과 권력을 지녔던 황제, 교
황들이 그들의 궁전과 성당을 예산 걱정 없이 그야말로 예술작품으로
지었던 시대도 있었으나 현대의 건물은 거의가 상업적 판단에 의해
기획되고 치열한 원가 경쟁으로 지어지며 짧게는 30여 년이면 진부
화되어 철거, 재건축해야 하는 공산품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구조인들 역시 IT개발자, 자동차 엔지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이전
보다 더 뛰어난 설계방법, 시공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늘 궁리하고 도
회원 칼럼 전해야만 한다.
0 2 이것이 50여 년 동안 구조 기술자로서 내가 견지해온 구조설계의
지향점이다.
이전에 없었던 공법과 설계개념을 새로이 개발하여 들고 나갈 때
마다 과거로부터의 관성과 관행에 부딪히곤 했고 본의 아니게 많은
동업자들과 척을 지기도 했으나 우리 건축계에 Value Engineering(이
하 “VE”)의 개념을 정착시켜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든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는 척박한 나라의 재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구조계획, 구조계산,
구조계획 vs. 구조계산
그리고 VE에 대하여 구조계산이란 누군가가 구조계획을 통해 배치한 부재들에 대하여
법규/기준과 경제성, 역학적 고려를 통해 최적의 부재 단면을 산정해
주는 일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보다는 집중력과 꼼꼼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컴
퓨터 프로그램이 발달할수록 인간이 개입할 필요성이 줄어들며, 나날
이 발전 중인 인공지능(AI)에게 인간이 자리를 내주게 될 대표적인 단
순 계산 업무들 중 하나다.
그럼 구조계획은 무엇인가? 건물의 목적과 용도에 부합하도록 공
법을 정하고 그 공법에 따라 보, 기둥 등 구조 부재들을 배치하는 일
이다. 건축설계자의 설계 의도가 실제 건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불
필요한 타협을 최소화하고 투입 부재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
이다. 구조계산 이전에 선행되며 구조계산보다 한층 더 거시적인 시
야와 창조성, 센스를 요하는 업무다.
| 이 창 남 | 수치적 면밀성과 정성적(qualitative) 가치판단이 동시에 이루어져
우리회 제6대 회장 야 한다는 측면에서 전문가의 경험과 역량이 필요하며 자동화 프로그
㈜센엔지니어링그룹 회장
램, AI에 비해 인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
일 것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지 Journal of The Korea Structural Engineers Association 63